習濕, 습


몸에 익고, 작품에 스며들다


공예의 기술은 설명만으로 온전히 전해지지 않는다.

재료를 만지는 손의 힘과 속도, 도구를 움직이는 각도, 멈추어야 할 순간을 알아차리는 감각은 오랜 시간 같은 일을 되풀이하며 몸에 밴다.


처음에는 의식적으로 익힌 동작도 수없이 반복되면 생각보다 손이 먼저 움직인다. 재료의 작은 변화를 감지하고 그에 응답하는 판단 역시 말이나 도면이 아니라 몸의 기억 속에 쌓인다. 그렇게 익힌 것은 습관이 되고 태도가 되며, 자연스럽게 작품 안으로 스며든다.


우리는 이를 ‘습’이라 부르고자 한다.


‘습’에는 반복하여 익힌다는 뜻의 習과, 물기가 천천히 배어들 듯 스며든다는 뜻의 濕이 함께 놓여 있다. 익힘과 스밈. 공예가의 몸에 축적된 기술과 감각이 재료를 만나 하나의 형태로 드러나는 과정을 이 두 개의 ‘습’에 담았다.


습은 단순히 되풀이되는 버릇이 아니다. 익히고 실패하고 다시 시도하는 과정에서 몸에 새겨진 시간이다. 같은 동작 안에서 미세한 차이를 발견하고, 재료의 성질에 맞추어 선택을 조정해 온 흔적이기도 하다. 오랜 반복이 몸에 스며들고, 몸에 밴 감각이 다시 작품에 스며드는 동안 기술은 그 사람만의 고유한 조형 언어가 된다.


늬은의 〈작업기술지〉는 완성된 결과물 너머에 존재하는 이러한 시간을 기록해 왔다. 작가의 말과 손, 작업실의 풍경과 도구, 반복되는 움직임을 따라가며 쉽게 언어화되지 않는 기술과 태도를 살펴보았다.


이번 전시는 그 기록 속 열 팀의 공예가를 한자리에 모은다. 흙과 나무, 유리와 금속, 섬유와 한지를 다루는 방식은 서로 다르지만, 그들의 작업에는 오랜 반복을 통해 몸에 밴 고유한 리듬과 판단이 존재한다.


하나의 기물은 어느 날 갑자기 완성되지 않는다.

매일의 반복과 수많은 선택, 망설임과 수정이 몸 안에 차곡차곡 쌓인 끝에 비로소 하나의 형태가 된다.


〈습〉은 몸으로 익힌 것이 작품에 스며드는 과정, 그리고 그 축적된 시간이 만들어 내는 공예의 아름다움을 들여다보는 전시다.


Vol. 1 유수연 @bon_ch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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