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8 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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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가을 장충동에서 열린 물터의 첫 개인전을 방문했습니다. 전시와 함께 열린 차회에서 김예지 작가님은 물방울 모양 유리 다하에서 금속 뚜껑을 열어 찻잎 향을 맡게 하고, 작은 초 위에서 찻잎을 볶아 우리고, 다식도 손수 내주셨어요. 그 따스한 정성 덕분에 물터에 대한 기억이 짙게 남았습니다. 그리고 이번 인터뷰로 두 작가님이 대학생 시절부터 오랜 시간 브랜드를 준비해 온 과정을 들으니, 앳되면서도 흔들림이 없던 물터의 시작을 다시금 떠올려보게 되었습니다. 계속 더 넓은 곳으로 흘러가며 맑은 자리를 만드는 물터를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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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물터’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김예지 : 물터는 금속 공예를 하는 저와 유리 공예가 최상준 작가가 함께 이끌어가는 브랜드예요. ‘사물 그리고 찻물의 터’라는 의미 아래 차 도구와 테이블웨어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공예의 아름다움과 일상의 편안함이 스며든 기물을 만들고자 해요.


Q. 두 분 모두 작가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계시죠. 어떻게 함께 브랜드를 운영하게 되셨나요?

김예지 : 저희는 대학생 때부터 서로의 작업을 지켜보며 언젠가 함께 브랜드를 해보자고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우리 손이 닿은 작업이 상업화될 수 있을지 궁금했고, 작업이 수익성을 얻는다면 더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거든요. 그 시간이 쌓여 본격적으로 ‘차(茶)’를 키워드로 정하고 4년 정도 더 준비한 끝에 물터를 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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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브랜드의 중심을 차로 정한 이유가 궁금해요.

김예지 : 대학원생 때부터 거울이나 조명처럼 큰 스케일의 아트 퍼니처 작업을 주로 했어요. 그런 작업을 모아 카페를 차리는 게 꿈이었는데, 제가 카페인에 약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차로 관심이 옮겨갔어요. 

그런데 차가 알면 알 수록 매력적이고, 전통적인 이미지와 달리 트렌디한 면도 있더라고요. 무엇보다 공들여 차를 내는 행위가 나와 상대를 대접하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어요. 차 도구를 만들려면 차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티룸에서 오래 일하며 티소믈리에 자격증도 취득했고요. 그렇게 저희가 만든 기물로 찻자리를 세팅하고, 그 기물에 담길 차와 다식도 직접 큐레이션하는 장면을 실현하게 되었죠.


Q. 1년 전에 첫 개인전을 여셨죠. 그 이후로 많은 변화가 있으신 거 같았어요.

최상준 : 좋은 기회가 닿아 전시로 브랜드의 시작을 알릴 수 있었습니다. 연이어서 트렌드 페어에 나갔는데, 예상치 못하게 많은 관심을 받으며 입점과 협업의 기회도 급격히 늘었어요. 그 덕에 중국 해외 전시도 다녀왔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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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물터의 가장 큰 매력은 유리와 금속의 만남일 거예요. 두 소재의 조화를 만들기 위해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최상준 : 두 소재의 기물이 함께 놓였을 때 가장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균형을 만들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어요. 예를 들어 은빛 금속 접시 위에 올릴 다완을 만들 때 투명 유리가 어울릴지, 불투명 유리가 맞을지를 결정해야 했죠. 불투명 유리로 정한다면 표면 입자의 거칠기를 어느 정도로 표현할지도 여러 번 테스트하며 조정했어요. 지금의 장면은 수정을 거듭하면서 완성된 거예요.

김예지 : 금속이 변색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큰 숙제였어요. 변색 걱정이 없는 주석은 은보다 컬러가 어두워서 유리와 붙었을 때 이질감이 느껴지더라고요. 은은 유리와 잘 어울리지만 쉽게 변색해서 결국 주석과 비슷한 색이 되고요. 그러다가 금속 위에 코팅제를 얹어 색을 오래 유지하는 방법을 발견해서 지금의 실버볼 시리즈를 완성했어요. 유리와 금속을 직접 결합하는 작업은 저희가 처음이지 않을까 싶어요. 가장 많이 실패하고 실험했던 부분이자, 물터의 정체성을 만들어준 포인트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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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물터 하면 가장 처음 출시하셨던 소프트 숙우의 형태도 떠오릅니다. 이 제품은 어떻게 탄생했나요?

최상준: 예지 작가가 티룸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원하는 숙우 형태를 명확히 그려왔어요. 일상에서 편하게 쓸 수 있는 저그형 실루엣에, 각얼음을 통째로 넣을 수 있도록 입구를 너무 좁히지 않았고, 절수가 깔끔하게 떨어지도록 V자 주둥이를 더했죠. 또 한 손으로 잡기 편하도록 목 부분을 살짝 오므린 형태를 구상했어요. 목에서 몸통으로 이어지는 비율이 아주 조금만 달라져도 인상이 크게 바뀌어서 블로잉으로 구현하는 게 쉽지 않았지만 지금은 손에 완전히 익어서 안정적으로 제작이 가능합니다.

김예지 : 물터가 지향하는 가치 중 하나가 ‘차의 일상화’예요. 이 숙우는 따로 찻자리를 갖추지 않아도 일상에서 빠르고 편하게 차를 우려 마실 때 정말 잘 쓰여요. 티백만 넣어 우리는 용도로도 훌륭하거든요. 앞으로도 차가 어렵고 거창한 존재로 느껴지지 않도록 간편하면서도 단정한 기물을 만들고 싶어요.


Q. 꾸준히 새로운 형태의 작업을 선보이고 계세요. 신작에 대한 영감은 어디서 얻나요?

김예지 : 전시를 열 때마다 여건이 맞는다면 차회를 함께 진행해요. 공예는 직접 만져보고 사용해 보는 과정에서 기물이 가진 미감이 온전히 이해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차와 다식을 준비하며 필요한 기물이 생기면 직접 만들어 쓰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라요. 만약에 아포가토를 내고 싶은데 마땅한 그릇이 없다면, 아이스크림을 담기 좋은 형태의 제품을 구상하기 시작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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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두 분의 바탕이라 할 수 있는, 작가로서의 ‘본캐’ 활동에 대한 이야기도 듣고 싶어요.  

김예지 : 매지몽(Mezimong)은 제가 하고 싶은 거를 마음껏 하는 분야로 남겨두고 싶어서 물터 작업과는 별개로 이어가고 있어요. 매지몽에서는 규모가 크고 유연한 형태의 작업을 주로 하는데요. 그러기 위해서 금속만 사용하지 않고 금속에 3D 프린팅 작업을 결합하거나, 시멘트에 금속을 더하는 등의 시도를 많이 해왔어요. 지금은 1년에 다섯 점 정도 완성합니다. 

최상준 : 올해는 제 자화상같은 유리 작업인 비어드맨(Beard Man) 시리즈에 집중했어요. 기분을 알 수 없는 묘한 표정을 통해 드러내고 싶지 않은 마음과 조금은 알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공존하는 제 성격을 표현하고 있어요. 개인 작업에서는 색과 기법을 다양하게 써보며 물터와 완전히 다른 느낌을 시도해 봐요. 저희 둘 다 물터 작업과 개인 작업을 오가며 한 곳에 몰두하던 머리 속을 환기 하고 새로운 영감도 얻으며 활동의 균형을 맞추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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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물터가 꿈꾸는 미래의 모습이 궁금해져요. 

김예지 : 언젠가 차와 물터의 세계를 온전히 담아낸 복합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차와 식문화, 공예 등을 바탕으로 일본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오가타(Ogata)’처럼요. 건물 한 채에 1층은 티룸과 쇼룸을 두고, 2층은 작업실과 블로잉 실을, 3층은 저희의 주거 공간으로 사용하는 거죠. 사람들이 직접 만든 컵으로 차를 마실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공예의 제작과 사용을 한 번에 경험하게 하고, 아직 한국에서는 생소한 블로잉 작업도 더 친근하게 소개할 수 있을 거예요.


Q. 이번 연말은 어떻게 보낼 계획인가요?

최상준 : 물터 제품 중 길게 뻗은 스파클링 잔에 붉은색, 녹색을 입혀 크리스마스 시즌 제품으로 선보이려 해요. 12월에는 대만 전시도 예정되어 있어 그 준비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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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터 작품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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