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12 안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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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지용 작가는 차가운 금속 판재를 깎고 이어 붙여, 온기 어린 동물의 형상을 탄생시킵니다. 작가는 변화하는 생활 환경에 맞추어 재료와 기법을 바꾸며 유연히 작업을 계속해 왔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경계없이 다양한 시도를 하며 작업 지형을 확장해 나갑니다.

작가의 손끝에서 탄생한 생명체들은 복잡한 외형 대신 간결한 본질로 표현됩니다. 

비워진 자리는 결국 모든 생명은 본질적으로 닮아 있다는 ‘공존’의 메시지로 채워집니다. 편평한 금속판 너머 따뜻한 맥박이 뛰고, 절제된 구조 속에 희망이 생동하는, 안지용 작가가 그리는 자연 세계에 속하여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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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예술가의 길에 들어서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부모님께서 오랫동안 예술 활동을 해오셔서 저와 동생은 어릴 때부터 작업실을 놀이터처럼 드나들며 자랐습니다. 자투리 재료를 망치로 두드리며 놀다가 형태를 만들어 두면 아버지가 용접으로 이어주셨던 기억이 나요.

공예를 늘 가까이에서 접하다 보니 다른 직업을 선택지로 고민해 본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예술을 공부하고, 제 작업을 시작하며 지금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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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2. 소재와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작업하고 계시죠. 그동안의 작업 생활이 어떻게 흘러왔나요?

이탈리아 현대 장신구 학교를 수료한 뒤, 군 복무를 위해 한국으로 들어온 후에는 시각디자인을 전공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공예 감각을 바탕으로 한 일러스트 작업을 진행했고, 입체적인 표현에 관심이 커지면서는 나무 조각에 집중하게 되었어요.

당시 동생과 함께 어머니의 삼청동 ‘아원 공방’ 건물에서 카페도 운영하고 있었는데, 동생이 갤러리 매니저를 맡게 되면서 제가 카페 운영을 전담하게 되었어요. 작업실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이 크게 줄어들어 모든 과정을 손으로 직접 해야 하는 목공은 계속하기 어려워졌죠. 그래서 보다 유연하게 작업할 수 있는 금속 소재로 넘어가게 된 거예요. 카페에서 도면을 그리고, 외부 업체에서 가공을 마친 부자재가 도착하면 작업실에서 그라인딩하고 용접하는 식으로 작업을 이어갔습니다. 그때그때 처한 환경에 맞춰 작업을 지속할 방법을 찾다 보니 여러 재료와 표현법을 활용하게 되었어요.


Q3. 새로운 시도를 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다행히 실패를 개의치 않는 편이에요. 최근에는 3D 프린팅 작업을 시작했는데, 시도해 보고 싶을 때 곧장 기계를 들여와 직접 부딪히며 방법을 익혔거든요. 어머니께서는 선배 작가의 시선으로 스케치와 도면을 충분히 완성한 후에 작업을 시작해야 비용과 시간을 아낄 수 있다고 조언해 주시죠. (웃음) 가족 모두가 예술 분야에서 일하고 있으니 서로 다른 방식과 태도를 나누며 균형을 찾아갈 수 있어서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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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4. 작가님 작업에는 유독 동물 형태가 많아요. 생명체를 소재로 삼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제 핵심 감수성에는 늘 자연과 생명에 관한 이야기가 자리 잡고 있어요. 어릴 때 시골에 살며 자연과 깊이 교감하며 보낸 시간에서 큰 영향을 받았기 때문일 거예요. 그래서 논밭으로 둘러싸여 있던 파주의 옛 모습이 사라져 가는 것을 지켜보거나, 인간이 동물에게 가하는 잔혹한 행위들을 마주할 때면 우리가 자연스러운 삶의 흐름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위기감을 느낍니다. 그때마다 전하고 싶은 메시지들이 생겨나고, 작업을 통해 표현하게 돼요.


Q5. 그동안 선보였던 작업을 소개해 주세요. 

처음 시도했던 금속 작업은 사람의 얼굴과 동물의 몸을 결합한 조형물이었습니다. 인간과 동물이 서로를 다른 존재로 인식하지만, 본질적으로는 하나의 생명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한 작업이었어요.

그런데 그 형태가 대중에게는 다소 기묘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를 더 많은 이에게 전달하려면 우선 친근하게 다가가는 과정이 필요할 거 같았어요. 그래서 십이지신이나 반려동물과 같은 익숙한 동물을 주제로, 버킷, 화병, 모빌처럼 생활 공간에서 함께 할 수 있는 물건들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일상의 공간에 동물 조형을 두는 것 또한 공존의 방법이 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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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6. 사람과 동물의 형태를 아주 단순화시켜 표현하는 방식도 인상적이에요. 

평면의 금속 판재를 잘라 입체로 조립하는 방식으로 작업하다 보니, 대상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핵심 구조를 단순화하는 과정이 필요했어요. 영상과 사진 자료를 찾아보며 대상을 충분히 관찰하고 뼈대와 특징만으로 어떤 동물인지 알아볼 수 있게 스케치를 다듬으며 최적의 조형을 찾았어요. 또한 동물의 귀를 손잡이로 활용하는 식의 아이디어를 더해 일상적인 쓰임도 부여하고요. 


Q7. 2021년 늬은 전시에서 선보인 나무 조각 ‘토템’ 시리즈도 지금 작업과 인상은 다르지만, 단순한 구조가 주는 힘은 일맥상통하는 것 같아요.

제 안의 생각들이 소재만 달리하여 표현되는 것이기 때문에 본질적으로는 모두 같은 흐름 안에 있다고 느껴요. 나무 작업을 할 때는 인간관계와 삶의 구조에 대해 고민이 많았어요. 흐르는 시간 속에 축적되는 생각과 가치들을 층층이 쌓아 올리는 형태의 토템으로 표현했던 거죠. 그 토템의 형상들은 지금 금속 작업에서도 계속 등장하고 있고, 언젠가 목재 소재에 다시 집중할 날도 찾아올 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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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8. 삼청동 카페와 파주 작업실을 오가는 일상은 어떻게 흘러가나요?

아침 일찍 출근해 밤 10시쯤 카페 문을 닫고 나면 곧장 파주 작업실로 이동해서 개인 작업을 하거나 공부를 해요. 

쉴 틈없이 지내다 보니 카페와 작업실의 경계도 많이 희미해졌죠. 평일에는 카페에서도 바 테이블 위에 제 물건들을 늘어놓고 스케치 작업을 하거든요. 그래서 카페 이름도 ‘aa(안지용 아뜰리에)’라고 지었어요. 

작가 생활과 카페 운영을 병행하는 것이 체력적으로 부침이 있을 때도 있지만, 혼자 작업실에만 있었다면 얻지 못했을 아이디어들이 사고의 폭을 넓혀주어서 그만둘 수 없었어요. 그래도 이제는 카페 운영이 꽤 안정 궤도에 올라서 직원을 충원하고 개인 작업에 몰두할 수 있는 시간을 조금씩 늘려보려고 합니다.


Q9. 현재 새롭게 탐구하고 있는 주제가 있다면요? 

AI 기술에 관심이 생겨서 기존 작업과 접목해 볼 방법을 고민하고 있어요. 금속 조형 작업을 실사화하거나 영상 및 애니메이션으로 변환해 서사를 확장하는 실험인데, 계속 발전시켜 시리즈로 완성해보고 싶어요.

또 조소와 설치 작업에 더 깊이 파고들기 위해 대학원 진학을 준비 중이에요. 몇 년 전 아파트 단지 내 공공 미술 설치를 진행한 적이 있는데, 제 조형물이 사람들의 일상적 동선 안에 놓인 모습을 보며 큰 보람을 느꼈거든요. 동물 모양의 시소나 새와 함께 움직이는 그네가 있는 놀이터도 만들어보고 싶어요. 사람들이 동물 모양 조형을 직접 체험하면서 제가 전하는 ‘공존’에 대한 이야기를 더 잘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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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0. 올해 작가님의 작업을 실제로 만날 자리가 있을까요?

오는 7월에 카페 aa 아래층의 아원 갤러리에서 전시를 열어요. 기존에 선보였던 새와 풀잎 모빌에 오브제를 더 풍성하고 길게 엮어서 천장에서 바닥까지 길게 이어지는 거대한 설치 작업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숲속을 거니는 듯한 감각적인 경험을 하실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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